오늘 슬로우리포트에서는 며칠 전에 있었던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승인 취소 소송 판결문을 분석해 봤습니다. 승인을 취소할 정도는 아니라는 결론이 나긴 했지만 문제가 없다는 판결은 아닙니다. 여전히 전력 공급이 큰 문제고 삼성전자는 LNG+수소 혼소 발전으로 일단 3GW를 확보한다는 계획이지만 탄소 감축 로드맵과 충돌할 뿐만 아니라 검증되지 않은 기술이라 논란이 많습니다. 나머지 전력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도 답이 없는 상태입니다.
[슬로우리포트] 10GW 중 3GW만 계획, 그것도 검증 안 된 LNG+수소 혼소 발전으로… RE100은 뒷전, 재생 에너지 확대 계획과도 충돌.
법원은 “소수의 공급 기업이 시장을 과점하고 있는 첨단 반도체 산업의 특수성을 고려할 때, 반도체 수요 기업들이 RE100 준수 여부를 엄격하게 적용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라고 판단했다. 공급 기업과 수요 기업 모두 RE100을 포기할 가능성을 전제로 한 판결이다.
1심 판결의 세 가지 문제.
결국 정부가 뭔가 계획이 있지 않겠느냐는 게 법원의 판단이지만 세 가지 심각한 문제가 있다. 3GW+7GW를 나눠서 봐야 한다.
첫째, 3GW는 결국 LNG 발전으로 간다는 계획이다.수소를 섞어서 탄소 배출을 줄일 계획이라고 하지만 청정 수소는 가격도 비싸고 100% 수입에 의존한다. 가격 변동 폭도 크다.
둘째, 나머지 7GW는 아직 아무런 계획이 없는 상태다.재생 에너지 공급 인증서(REC)를 사들이거나 전력 구매 계약(PPA)을 맺을 계획이라고 하지만 송전망 없이는 불가능한 목표다.초고압 송전망(HVDC)을 깔려면 엄청난 사회적 갈등을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
셋째,LNG+수소 혼소 발전은 아직 검증되지 않은 기술이고 애초에 무탄소 발전도 아니다.50% 혼소 발전을 하더라도 탄소 배출은 20% 줄어드는 정도에 그친다. 이재명 정부는 이미 석탄-수소 혼소 발전을 중단한 바 있다. 석탄 발전소의 수명을 연장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청정수소 발전 입찰시장(CHPS) 역시 지지부진한 상태다.
“RE100은 민간 기업 차원의 자발적인 계획일 뿐 대외적인 규범력과 구속력이 없다”고 판단한 대목도 아쉽지만 말 그대로 국가가 강제할 사안이 아니라는 취지일 뿐 정부가 RE100을 포기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LNG+수소 혼소 발전은 전력 부족의 근본적인 해법이 될 수 없다.
어떻게 될까.
논의를 뒤섞으면 안 된다.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를 국가 산업단지로 지정하는 과정에 [절차적 문제가 없었다]는 게 1심 재판부의 판단이지만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의 [전력 공급에 문제가 없다]는 말은 당연히 아니다.
“기후변화 영향 평가에 미흡한 점이 있더라도 기후변화 영향 평가를 하지 않은 것과 동일한 정도로 부실하다고 볼 수는 없다”고 판단했을 뿐이다. 문제가 없다는 게 아니라 국가 산업단지 승인을 취소할 정도는 아니라는 의미다.
국가 백년대계라는 국가 산업단지를 지으면서 정작 15년 뒤 전기를 어디서 끌어올지 모르는 상황이다.
이와 별개로 LNG 발전소 승인 취소 소송도 진행 중이다.
LNG+수소 혼소 발전이 대안이 될 수 없는 네 가지 이유.
첫째, 온실 가스 감축 효과가 제한적이다. 50%를 섞으면 탄소 배출이 21.4% 줄어든다는 게 기후환경에너지부의 설명이지만 수소의 생산과 운송 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를 반영하면감축 효과는 거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둘째, 수소 조달도 쉽지 않다. 임장혁(기후솔루션 연구원)은 “수소 혼소 추진에 차질이 생길 경우, 해당 결국 LNG에 의존할 수밖에 없고2050년 탄소 중립 목표에 중대한 위협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셋째, 발암 물질인 질소 산화물 배출 우려도 있다. 인근 주민들에게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다.
넷째, 3GW의 LNG+수소 혼소 발전으로 발생하는 온실가스는 977만 톤에 이른다.삼성전자의 글로벌 경쟁력에도 심각한 위협이 될 거라는 지적이 나온다.
방향과 전망: 기업이 결정하는 것?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를 강행할 가능성이 크다. 이재명(대통령)도 “기업이 결정하는 것”이라면서 “이미 정부 정책으로 결정을 해놓은 것을 지금 뒤집을 수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아래 그림은 지난 15년 동안 한국의 에너지원 발전량에 11차 전력 기본 계획의 목표를 이어서 그린 결과다.LNG와 석탄 발전을 크게 줄이는 대신 신재생 에너지를 41TWh에서 232TWh까지 늘린다는 계획인데 정작 용인 국가 산업단지는 LNG 발전을 더 늘리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한국 경제의 성장을 견인하고 있는 건 분명하지만 자칫 국가 에너지 전략을 흔드는 상황이라면 매우 위험하다.
결론: 한국 경제의 미래, LNG를 안고 갈 수는 없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를 둘러싼 논란은 단순히 개별 산업단지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 에너지 전략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한국은 이미 LNG 발전 의존도가 높고 그만큼 가격 변동 위험도 크다. 이재명 정부가 석탄–암모니아 혼소 계획을 중단한 것처럼 LNG-수소 혼소 발전 역시 중단해야 한다.혼소 발전은 탄소 배출을 줄이는 게 아니라 LNG의 의존을 키우고 탄소 중립에서 멀어지게 만드는 최악의 타협이다.
방법이 없는 게 아니다. 재생 에너지를 백업할 ESS에 등 유연성 자원에 투자하고 전력 안정성과 탄소 감축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좀 더 확실한 대안이 얼마든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