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이 풀려났다.

• 검찰이 구속 기간을 넘겼다는 이유로 법원이 구속 취소를 명령했다.
• 검찰은 7일 이내에 할 수 있는 즉시항고를 포기하고 석방을 지휘했다. 윤석열은 곧바로 풀려났다.

관행이었지만 구속 취소 요건.

• 법원은 두 가지 이유를 제시했다.
• 첫째, 영장실질심사에 걸리는 시간을 구속 기간에서 연장하려면 ‘날’이 아니라 ‘시간’ 기준으로 계산해야 한다. 정확한 구속 기간은 26일 오전 9시7분이었는데 검찰이 윤석열을 구속 기소한 건 1월26일 오후 6시52분으로 9시간 이상 늦었다.
• 둘째, 공수처는 내란죄 수사권이 없다. 공수처가 검찰에 사건을 넘기는 과정에서 신병 인치 절차를 거치지 않은 것도 논란이 될 수 있다. 법원은 이 부분의 규정이 명확하지 않기 때문에 향후 논란의 여지를 없애기 위해 구속을 취소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오늘 아침 신문 1면.

• 포인트가 조금씩 다르다.
• 한겨레는 “심우정 책임론 분출”이라고 검찰을 직격했고
• 조선일보는 “조기 파면 때까지 무한 투쟁”이라는 민주당 주장을 1면 머리기사로 걸었다.
• 중앙일보는 “여야 방정식이 복잡해졌다”는 기사를 내걸었다. 윤석열이 “사실상의 정치 재개 선언”을 하면서 “야권 재결집 계기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 동아일보는 “더 극심해진 분열”을 키워드로 뽑았다.
• 경향신문은 1면 머리기사는 “다시 내란 불면증에 시달릴 수 없다”다.

심우정은 왜 그랬을까.

• 일단 즉시항고를 하고 법원의 판단을 다시 받아봤어야 했다.
• 구속 취소는 법원의 판단이지만 항고 포기는 검찰의 판단이다. 가뜩이나 국민들 분열이 극심한 상황에서 검찰이 한쪽 편에 섰다는 비판을 자초했다.
• 심우정(검찰총장)은 지난 1월24일 법원이 구속 기간 연장을 불허했을 때도 곧바로 기소하지 않고 시간을 끌다 윤석열에게 빌미를 줬다.
• 심지어 데드라인이었던 1월 26일 오전 10시 갑자기 고검장·검사장 회의를 열어 시간을 허비하기도 했다.
• 애초에 구속 기간을 넘긴 것도 검찰의 의도된 실수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쟁점과 현안.

검찰의 욕심이 판을 깼다.

• 2021년 검찰과 경찰의 수사권 분리가 최선이었는가 다시 평가할 필요는 있겠지만 어쨌거나 현행 법에서 검찰은 내란죄 수사 권한이 없다. 부패와 선거, 방위사업 등 6대 범죄만 수사할 수 있고 나머지는 경찰에 수사권이 있다. 내란죄는 따로 규정이 없으니 당연히 경찰의 관할이다.
• 그런데 검찰이 직권남용에 관련 범죄로 내란죄를 수사하겠다고 무리수를 뒀고, 여기서부터 꼬이기 시작했다.
• 구속 기간을 연장하는 데 실패한 것도 검찰에 수사권이 없기 때문이었고 조사 한 번 제대로 못하고 기소를 했는데 그나마 시간을 넘겼다는 이유로 구속 취소까지 당했다.

다르게 읽기.

구속 취소 재판부가 그 재판부.

• 내란죄 재판 본안 사건도 맡고 있는 그 재판부다.
• 재판부가 먼저 공수처 수사권에 논란이 있다고 인정한 뒤라 본안 재판에서도 이 부분이 쟁점이 될 수 있다.
• 민주당의 비판은 검찰에 집중돼 있다. 이재명 항소심 선고를 앞두고 있어 수위 조절을 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경찰이 다시 수사해야 할 수도.

• 윤석열이 내친 김에 공소 기각을 노리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공소 절차에 문제가 있으니 공소 제기가 무효라는 논리다.
• 김웅(전 국민의힘 의원)은 “공소 기각은 일사부재리가 적용되지 않는다”면서 “수사권이 있는 경찰이 다시 수사해 검찰이 기소하거나 특검을 통해 수사·기소하는 방법이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공수처는 끼어들면 안 된다”는 이야기다.

두 시간짜리 내란? 1년짜리 내란이었다.

• 2023년 11월 장군 인사에서 곽종근과 이진우, 여인형을 각각 특수전사령관과 수도방위사령관, 국군 방첩사령관에 임명했다.
• 한겨레는 “믿을 수 있는 ‘충암파’ 김용현과 여인형에게 내란 기획 등 머리 구실을 맡기고 진급 길이 막힌 박안수와 곽종근, 이진우를 진급시켜 내란 바지 사장·행동대장으로 끌어들였다”고 분석했다.

질서 있는 퇴출이 경제를 살린다.

• 2016년 박근혜 탄핵 때는 태블릿 PC 보도가 10월24일이었고 탄핵 소추안 가결은 12월9일이었다. 8년 전에는 질서있는 탄핵과 파면, 선거까지 계속 주가가 올랐다.
• 물론 트럼프 1기 시절에는 세계적으로 금리 인상과 인프라 투자 기대가 있었고, 탄핵 이후 정국이 안정될 거라는 믿음도 있었다.
• 윤석열 탄핵안 전후로 코스피 흐름을 보면 탄핵안이 가결됐을 때 주가가 빠졌다. 여러가지 요인이 있겠지만 질서냐 혼란이냐의 차이다. 시장에서는 탄핵을 딛고 다음 단계로 가느냐 가지 못하느냐를 본다.

해법과 대안.

꿈같은 1인실, 유니트 요양원 잘 될까.

• 정부가 추진하는 유니트 케어 시범 사업 요양원에서는 1인 1실을 쓸 수 있다. 중앙의 거실을 식사와 소통 공간으로 쓰고 소규모 개인 공간을 둬서 사생활을 보장하는 방식이다.
• 일본은 2002년부터 개호노인복지시설에 유니트를 의무화했다. 2015년 기준으로 전체 시설의 41%가 유니트 시설이었는데 올해까지 70%로 늘린다는 목표다.
• 문제는 비용이다. 요양원 비용은 장기요양보험의 시설급여 80%에 본인부담금이 20% 붙는다. 일반 요양원의 3~4인실 입소자는 월 100만 원 안팎을 내는데 유니트 요양원은 방 크기에 따라 월 260만~320만 원을 내야 한다.

1억 원 걸었더니 출산율이 늘었다.

• 2월 기준으로 인천시의 인구 증가가 17개 시도 가운데 가장 높았다.
• 서울과 6개 광역시 가운데 1년 동안 인구가 늘어난 곳은 인천이 유일했다. 출생아가 지난해 1만5242명, 전년 대비 11.6% 늘었다.
• ‘아이플러스 1억 드림’과 ‘1000원 주택’ 등 인천시의 저출산 대응이 효과를 보고 있다는 평가다.
• ‘아이플러스 1억드림’은 18세까지 1억 원을 지원하는 정책이다. 기존의 정부 지원 7200만 원에 인천시 자체 예산 2800만 원을 더했다.
• ‘1000원 주택’은 신혼 부부 대상으로 하루 1000원, 월 3만 원의 임대료에 최대 6년 동안 거주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사업이다.

KSMC, 안 될 것 있나.

• 이재명의 한국형 엔비디아 제안이 엄청난 논란을 만들었지만 이영태(한국일보 논설위원)는 “터무니없는 발상으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 대만의 TSMC는 1987년 대만 정부 지분 48.3%로 출발했다. 1993년 민영화 이후에도 정부가 6% 지분을 유지했다. 지난해 기준으로 파운드리 시장에서 TSMC의 점유율은 64%, 삼성전자는 10% 미만이다.
• 일본의 라피더스도 2022년 일본 정부가 보조금으로 700억 엔을 지원하고 소니와 도요타 등 8개 민간기업이 73억 엔을 출자해 만들었다. 후발 주자인데다 대량 양산까지 넘어야 할 고비가 많지만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속도를 높이고 있다.

오늘의 TMI.

건설업 일자리 17만 개 줄었다.

• 시공 능력 100위 이내 중견 건설사들이 지난해 받지 못한 공사비가 11조7183억 원이다.
• 신동아건설과 삼부토건, 대저건설, 삼정기업 등이 법정관리를 신청했고 법정관리나 부도로 갈 가능성도 있다.
• 조선일보는 “건설사 상당수는 돈을 벌어 이자도 못 갚는 ‘좀비 기업’으로 전락한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이자보상배율이 1 미만인 업체가 2023년 기준 1089개사, 48% 수준이다.
• 한국 GDP에서 건설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15% 정도된다. 건설사 협력사들은 “2007년 금융 위기는 물론이고, 1997년 IMF 때보다 어렵다”는 말까지 나온다.

미국으로 달걀 수출한다.

• 미국이 요즘 에그플레이션 상태다. 달걀+인플레이션이란 의미다.
• 달걀 가격이 1년 전보다 53% 올랐다. 12개 들이 한 상자에 10달러 하는 곳도 있다고 한다. 한 알에 1000원꼴이다.
• 조류 인플루엔자 여파지만 트럼프는 “바이든(전 미국 대통령)이 달걀 값을 통제불능으로 만들었다”고 비난했다.
• 인도네시아가 월 160만 개를 수출하기로 했고 한국도 한 업체가 33만 개를 수출하기로 했다. 한국 달걀을 미국으로 수출하는 건 처음이다.

트럼프가 경기 침체 의도했나.

• 미국 경제 성장률이 1분기에 마이너스를 기록할 가능성이 크다. 관세 전쟁 여파다. 물가가 오르면서 경기가 둔화하는 스태그플레이션 우려도 나온다.
• 찰리 매컬리것(노무라증권 애널리스트)은 “의도적으로 경기 둔화를 유도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 달러 약세와 금리 인하를 유도해 임기 중반기 이후 경제 회복의 성과를 챙기려는 시도라는 이야기다. 36조 달러에 이르는 국가 부채의 이자 부담을 줄이는 효과도 있다.

밑줄 쳐 가면서 읽은 칼럼.

계륵에서 독이 됐다.

• 국민의힘 입장에서 윤석열을 싸고 돌면 중도 보수를 잃는다.
• 윤석열과 거리를 둬야 할 타이밍인데 갑자기 윤석열이 풀려났다. 윤석열 파면이 확정되더라도 국민의힘은 윤석열과 대선까지 함께 갈 가능성이 크다.
• 정병기(영남대 교수)는 “국민의힘에 윤석열 석방은 계륵을 독으로 바꾼 셈”이고 “이재명의 중도보수 선언이 더 힘을 받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 국민의힘은 윤석열을 버릴 타이밍을 놓쳤다. 민주당이 중도보수로 가면 온건보수가 떨어져 나오거나 민주당과 연합하는 그림도 가능하다. 정의당 등 진보 정당이 부활할 수도 있다.

읽을만한 기사가 없었다.

•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구속된 대통령이 풀려났는데 제대로 분석하는 기사가 없었다. 이준웅(서울대 교수)은 세 가지를 제안했다.
• 첫째, 시민들이 판결문을 읽고 판단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전문을 공개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 둘째, 복수의 전문가 의견을 듣고 갈등하는 쟁점을 드러내야 한다. 법원이 공수처의 내란죄 수사권을 문제 삼았는데 이걸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설명이 필요하다.
• 셋째, 한국의 사법 시스템은 왜 이렇게 예측 가능성이 낮은가. 좀 더 근본적인 질문이 필요하다.

포퓰리즘 시대 세 가지 질문.

• 데이비드 브룩스(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에 따르면 미국 현대사는 ‘진보 시대(1930~1960년대)’와 ‘보수 시대(1980~2008년)’로 나눌 수 있다. 진보 시대가 복지국가 시대라면 보수 시대는 신자유주의 시대였다.
• 김호기(연세대 교수)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를 ‘포퓰리즘 시대’로 정의한다.
• 첫째, 포퓰리즘은 보편적 현상이다. 포퓰리즘은 진보와 보수의 차원을 넘어 파시즘이나 자유주의, 사회주의와 결합할 수 있는 중심이 얕은 이데올로기다. 논리보다 감성에 의존한다.
• 둘째, 포퓰리즘이 번성하는 건 사회 불평등 때문이다. 토마 피케티가 말한 것처럼 ‘브라만 좌파(교육 엘리트)’와 ‘상인 우파(자산 엘리트)’의 담합이 정치를 독점했고, 구조화된 불평등을 낳았다.
• 셋째, 인터넷과 소셜 미디어가 포퓰리즘을 증폭시켰다. 대중을 동원하고 정치와 국민의 직거래를 열었다.
• 한국 사회는 포퓰리즘과 반다원주의와 정치 양극화를 강화하는 악순환에 빠져있다. 시민사회는 정치적 내전을 거쳐 심리적 내파 상태에 빠져 있다. 김호기는 “다원주의와 사회통합을 ‘포지티브섬 관계’로 만들어가는 것이 질 높은 민주주의로 나아가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 “저성장과 불평등을 해결하기 위한 새로운 성장과 복지는 다원민주주의의 기반 위에서, 즉 거버넌스와 합의를 추구하는 포용적 정치사회의 기반 위에서 가능하다”는 이야기다.

피드백.

• 독자 의견 두 가지 소개합니다.
• “안그래도 속보 보면 멘탈 흔들렸는데 기사 읽어도 말이 너무 어렵고ㅜㅜ 슬로우레터는 월요일에 오는데 어카지…이랬는데 이렇게뙇하고 보내주셔서 감사합니다”
• “정말 도움이 많이 됩니다. 이번 윤통 구속 취소 건도 점심 먹다 TV 보고 걱정되었는데, 신속하게 정리해줘서 에너지 소비 없이 일상에 복귀할 수 있었습니다. 노이즈가 많은 정치 뉴스를 잘 정리해줘서 제 시간을 많이 세이브해 줍니다. 항상 고마워하고 있습니다.”

• KTX 요금 인상과 관련해서 의견 주신 분이 있습니다.
• “KTX와 SRT를 통합으로 운영하면 고속철도 요금 10% 인하가 지난 대선 때 이야기 됐습니다. 2011년 이후 요금 인상이 없었고, 필요성은 있지만, 고속철도를 통합하면 요금 10% 인하가 가능하다는 주장도 돌아봐야한다는 내용이 덧붙여지면 좋겠습니다.”
• 이 이슈는 슬로우리포트로 자세히 다룬 적 있습니다. 후속 기사를 준비해 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