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리한 자료는 바닥에 묻으면 된다.

• 지난해 8월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사건 항소심에서는 회계 조작이 있었다는 법원 판단이 있었지만 불법 승계 사건 상고심을 뒤집지는 못했다.
• 검찰이 바이오로직스 공장에 와서 공장 바닥을 뜯고 서버 컴퓨터와 노트북을 압수해서 자료를 긁어갔는데 법원은 그 과정에서 절차를 지키지 않았다며 위법한 증거라고 판단했다.
• 공장 바닥에서 나온 서버와 컴퓨터 등을 증거로 제출했는데 법원은 “정보 선별 절차를 거치지 않았고 피의자의 참여권이 보장되지 않았다”며 증거 능력을 인정하지 않았다.

한 목소리로 “잃어버린 9년.”

• 상당수 언론이 최근 삼성전자의 실적 부진이 사법 리스크 때문이라는 논조로 접근하고 있다.
• 중앙일보는 사설에서 “사법 족쇄에서 풀려나게 됐다”고 평가했다. “삼성의 부진은 반도체 산업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한 탓이 컸지만 사법 리스크로 인한 리더십 공백도 한몫했다”는 지적이다.
• 조선일보는 “반기업 정서에 기댄 마녀사냥식 수사였다”고 비판했다. 사설에서는 “국가의 피해이고 국민의 피해”라며 “이런 수사 악습을 최소화하는 것이 검찰 개혁의 출발점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 한국일보는 1면 머리기사 제목에 “기업 잡는 검찰의 기계적 상고”라고 박았다. 사설에서는 “검찰은 의욕만 앞선 무리한 수사와 기소에 대한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됐다”고 지적했다. “검찰수사심의위원회에서 수사 중단을 권고했음에도 기소를 강행했고, 1·2심 무죄로 뒤집어질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걸 뻔히 알면서도 기계적인 상고를 고집했다”는 비판이다.
• 동아일보도 사설에서 “미국과 프랑스에서는 피고가 이중 위험(double jeopardy)에 처할 소지를 차단하기 위해 1심과 2심 중에 무죄가 한 번이라도 있으면 검찰의 상소권을 인정하지 않는다”면서 “글로벌 생존 경쟁에 내몰린 기업에 마구잡이식 족쇄를 채워 국가 경제까지 흔드는 검찰의 행태는 사라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 경향신문과 한겨레는 이와 관련한 사설을 내지 않았다. 

더 깊게 읽기.

강선우를 치지 못하는 네 가지 이유.

• 첫째, 한 번 무너지면 계속 무너질 수 있다. 임기 초반 국정 동력이 꺾일 거라는 우려가 있다.
• 둘째, 여성 전문 인력이 적은 데다 강선우에 대한 기대가 컸다. 유발 하라리(작가)와 대담을 주선한 것도 강선우였다.
• 셋째, 친명계의 부채의식도 있다. 정봉주(전 민주당 의원)를 최고위원에서 떨어뜨리려고 다른 후보에 전략적 몰표를 던지는 바람에 강선우가 떨어졌다는 관측이 있었다.
• 넷째, 이대로 낙마하면 강선우는 3년 뒤 총선도 어려울 수 있다.
• 대통령실 입장이 바뀐 데는 이런 복잡한 계산이 있을 거라는 국민일보의 분석이다.
• 박지원(민주당 의원)은 “민심을 거역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진숙의 커닝 페이퍼.

• 들고 나온 종이에 인사청문준비단에서 쓴 것으로 추정되는 메모가 붙어 있었다. “모르는 것에 ‘잘 알고 있다’ 대답하고 답변하지 마라”거나 “곤란한 질문에는 즉답을 피하고 동문서답하라”는 등의 내용이 적혀 있었다.
• 이진숙(교육부 장관 후보자)은 교육 현안을 묻는 질문에 자료집을 뒤적이거나 배석한 공무원들 도움을 받았다. 유초중등 교육과 고등 교육 재정 비율이 어떻게 되는지 묻자 “8:2 정도 된다, 뒤에서 알려줘서 말씀드린다”고 말하기도 했다.
•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도 “논문 표절보다 현안 파악이 안 돼 있는 게 더 문제”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이재명의 물소떼론.

• 성남시장 시절 문재인 정부에 조언으로 한 말이다.
• “각료를 임명할 때는 한꺼번에 다해야 한다. 물소떼가 강을 건너듯이. 그래야 한 마리씩 잡아먹히지 않는다.”
• 강선우와 이진숙 낙마설이 도는데 대통령실이 부인하고 나선 것도 이런 이유에서일 수도 있다.
• 청문회가 모두 끝난 뒤 한꺼번에 임명할 때 가장 논란이 되는 후보를 한둘 정리할 수도 있지만 그때까지는 물소떼처럼 갈 거라는 이야기다.

전한길 입당, 친길계로 침몰할 건가.

• 아직도 ‘윤 어게인’을 외치는 전한길(전직 역사 강사)이 국민의힘에 입당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반발이 거세다. 전한길은 “우리 국민이 원하는 당 대표를 선출해야 한다”고 말했다.
• 한동훈(전 국민의힘 대표)은 “우리 국민의힘은 부정선거 음모론을 지지하지 않는 정당이다, 내가 잘못 알고 있는 거냐”고 했다.
• 안철수(국민의힘 의원)는 “친길 당 대표와 원내대표를 내세워 윤 어게인당으로 침몰시킬 참이냐”고 비판했다.

“세금 깎아줘도 투자 안 하더라.”

• 구윤철(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의 말이다. 법인세 세수는 2022년 104조 원을 찍고 지난해 63조 원까지 줄었다. 법인세율 원상 회복을 묻는 질문에 “종합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 법인세 세율은 2017년까지 10~22%였는데 문재인 정부 들어 10~25%로 인상했다가 윤석열 정부 들어 9~24%로 낮춘 상태다.
• 경향신문은 사설에서 “시의적절하다”고 평가했다. 민생 회복을 위한 재정 역할이 막중한데 과세 기반 확충은 필수블가결하다는 이야기다.

달러 약세 국면, 한국 주식 사기 좋을 때.

• 최근 상황은 원화 강세가 아니라 달러 약세라고 봐야 한다. 미국에 원인이 있다.
• 지금까지 세 차례 달러 약세가 있었는데 모두 재정수지와 경상수지의 쌍둥이 적자가 원인이었다.
• 지금이 네 번째 약세 국면일까. 스티븐 미런(백악관 경제자문위원장)은 “관세뿐만 아니라 과도하게 부풀려진 달러 가치를 약하게 만들어야 글로벌 불균형이 완화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 어쨌거나 달러 약세는 다른 나라들의 자산 버블을 만든다. 1970년대와 1980년대, 2000년대 달러 약세 국면에서는 동아시아 증시가 급등했다.
• 김학균(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최근 한국 주식시장의 외국인 메수세는 상법 개정에 따른 지배구조 개선 기대와 함께 약달러에 대한 기계적 반응의 결과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해법과 대안.

비밀번호 바꾸지 마세요.

• 노스캐롤라이나대에서 했던 실험이다. 학생들에게 3개월마다 비밀번호를 바꾸라고 했더니 패턴이 드러났다.
• 많은 사람이 예전 비밀번호로 돌아가거나 예전 비밀번호를 못 쓰게 하면 숫자를 더하거나 특수문자를 덧붙이는 등 단순 변형하는 경우가 많았다.
• 한때 비밀번호 변경이 표준이었던 때가 있었지만 유출되더라도 시간을 벌자는 차원이었고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유출되지 않았다면 굳이 미리 바꿀 이유가 없다는 게 새로운 가이드라인이다.
• 조현재(데이터 분석가)는 “불편을 줄이는 조치가 아니라 오히려 보안을 강화할 수 있는 근거 있는 변화”라고 강조했다.

완도군 버스 무료화, 승객 30% 늘었다.

• 무료 농어촌 버스를 도입하는 곳이 늘고 있다. 강원 정선군과 충북 보은군도 이달부터 합류했다.
• 경북 청송군은 버스 이용객이 25% 늘었고 전남 진도군도 30% 늘었다.
• 상권을 활성화화하고 생활인구 유입 등 긍정적인 효과가 크다는 평가다.

영국은 16세 투표 추진.

• 카이 스타머(영국 총리)가 “영국 민주주의를 현대화하기 위한 획기적인 변화의 일환”이라고 말했다. 일할 수 있고 세금을 낼 수 있는 나이가 됐으니 투표할 권리를 갖는 것도 당연하다는 취지다.
• 영국이 처음은 아니다. 먼저 도입한 오스트리아와 스코틀랜드, 웨일즈 등에서는 16세 유권자의 투표율이 평균보다 높았다. 투표 연령을 낮춰도 선거 결과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 크리스틴 휴브너(셰필드대 교수)는 “투표 연령을 낮추면 민주주의의 회복 탄력성이 높아진다”고 평가했다.

오늘의 TMI.

미국 특사단장은 박용만.

• 김종인(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내정됐는데 박용만(전 대한상공회의소 소장)으로 바뀌었다.
• 이언주(민주당 의원)가 김종인은 안 된다는 메시지를 보낸 게 논란이 되기도 했다. 이언주도 특사단에서 빠졌다.
• 이재명이 김종인을 불러 양해를 구했다고 한다.

챗GPT를 쓸 때 뇌파의 움직임.

• MIT미디어랩에서 세 그룹을 나눠 에세이를 쓰게 하고 뇌파를 측정하는 실험을 했다.
• 첫째 그룹은 챗GPT를 활용하라고 했고 둘째 그룹은 구글 검색을 허용했다. 셋째 그룹은 아무런 도구 없이 쓰게 했다.
• 결과는? 챗GPT 그룹이 뇌 영역의 정보 흐름이 가장 약했다. 반복 수행할수록 비판적 사고가 약해지고 창의성이 떨어졌다.
• 스스로 에세이를 쓴 다음 챗GPT를 쓰게 하면 뇌 연결성이 크게 늘었지만 순서를 거꾸로 하면 뇌의 관여가 상대적으로 낮아졌다는 사실도 흥미롭다.
• 김채연(고려대 교수)은 “스스로 생각하고 표현해보는 훈련이 뇌를 개발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것, 그리고 이런 훈련의 바탕 위에서 AI를 활용하면 뇌의 개발이 증진될 수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정보는 국력”이라는 1억 원짜리 돌덩어리.

• 국가정보원 앞마당에 있는 돌덩어리를 바꿨다.
• 이종석(국정원장)은 “이 원훈을 다시 세우는 이유는 자명하다”면서 “정보 지원으로 안보와 국익을 뒷받침하는 국정원의 책무와 역할이 이 원훈 속에 다 담겨 있다”고 강조했다.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 때 썼던 원훈이다.
• 윤석열 정부 때는 1961년 중앙정보부 시절 썼던 “우리는 음지에서 일하고 양지를 지향한다”를 꺼내서 썼다.
• 이명박 정부 때는 “자유와 진리를 향한 무명의 헌신”,
• 박근혜 정부 때는 “소리 없는 헌신, 오직 대한민국 수호와 영광을 위하여”,
• 문재인 정부 때는 “국가와 국민을 위한 한없는 충성과 헌신”을 원훈으로 썼다.
• 돌 가격만 1억~2억 원에 이르는데 국가 재산이라 버릴 수는 없고 산책로 주변에 둔다.

시험관 아기 배아 5년 동안 83% 늘었다.

• 지난해 78만 개다.
• 이식 건수도 20만 개로 31% 늘었다.

밑줄 쳐 가면서 읽은 칼럼.

이재명 정부의 역사적 평가는 차별금지법으로.

• 김명인(인하대 교수)은 “우리는 지금부터 더 먼 곳을 바라봐야 하고 더 먼 길을 가야만 한다”면서 “그 먼 길로 나아가는 첫걸음에 포괄적 차별금지법이 놓여 있다”고 강조했다.
• “이 문제에 대한 해답을 내놓지 못하는 한 우리의 민주헌정체제는 언제든 특정 집단의 비이성적 광기와 오도된 행동에 의해 손쉽게 위협받을 수 있는 취약한 체제로 남아 있게 된다. 물질적 경제적 문제 해결을 앞세워 사회적 정신적 문제 해결을 뒤로 미루는 나라는 결코 우리가 그토록 원하던 새로운 나라가 아니다. 나는 임기 내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 여부를 이재명 정부 역사적 평가의 최우선 지표의 하나로 삼고자 한다.”

타코가 미국 경제 살린다.

• 타코(TACO·트럼프는 항상 겁 먹고 물러선다)가 희망이란 말이 나온다.
• CNN은 “트럼프의 끊임없는 국민 심리 공격으로 모두가 그의 충격적인(shock-and-awe) 정치 스타일에 다소 무감각해졌다(desensitized)”고 평가했다.
• 뉴욕타임스는 “트럼프는 민주당의 약점을 이용해 이 나라의 민주주의를 훼손하는 전투에서 승리하고 있다”면서도 “전쟁에서는 승리하지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사회적 거리 두기’와 ‘서울대 10개 만들기’ 다시 보기.

• ‘social distancing’을 번역한 말이었다. 장대익(가천대 교수)은 “사람들은 물리적 거리보다는 심리적·정서적·관계적 거리를 떠올렸다”고 지적했다. 뒤늦게 ‘physical distancing’으로 바꿨지만 소용이 없었다.
• 명칭은 중요하다. 장대익은 ‘서울대 10개 만들기’도 마찬가지라고 본다. 지역 대학을 상향 평준화하겠다면서 서울대라는 단어를 꺼내는 순간 서열을 강화하는 효과를 만든다.
• 장대익은 “지역 대학에 투자와 지원을 해준다니 반갑긴 하지만 원본이 아니라 복제본 취급을 당하는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 토트넘이나 파리 생제르맹에 ‘레알 마드리드 10개 만들기’를 제안한다고 생각해 보자. 장대익은 “생존은 변이에서 탄생한다”면서 “세계 명문 대학은 뿌리내린 지역에서 산업을 끊임없이 재조합하는 과정에서 고유한 혁신 코드를 만들어냈다”고 지적했다. ‘서울대 10개’라는 슬로건은 명백한 역행 신호라는 이야기다.

피드백.

• “20대 여성 5명 중 4명이 아이폰”이 맞습니다. 바로잡습니다.
• 이헌석(에너지정의행동 정책위원)을 이현석으로 잘못 썼습니다. 바로잡습니다.
• 건진법사 법당에 비밀의 방이 있다는 사실을 특검이 확인했는데 중앙일보는 여기에 일본의 신 아마테라스상이 있다고 보도했죠. 아직 다른 언론 보도는 없고 중앙일보 역시 아직은 한 독자 제공 사진을 걸고 있을 뿐 다른 근거는 없습니다. 이건 좀 더 확인되면 다루겠습니다.

• 독자 의견 몇 가지 소개합니다.

• “젊은 여성과 남성 간에 아이폰 이용 비율에 큰 차이가 나는 건 갤럭시 폰에 교통카드 기능과 신용카드 결제 기능이 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여성들은 따로 지갑이나 손가방을 들고 다니지만 요즘 2030 남성들은 갤럭시폰 하나만 가지고 다니는 경우가 많습니다. 한국은 아이폰으로 대중교통 탑승을 할 수 없고 애플페이도 일부 카드사만 가능하므로 남성들이 꺼리게 되는 것 같습니다.”

• “원전은 한국만 거꾸로 가고 있는 것이 아니라, 세계가 함께 발을 돌리고 있습니다. 미국 등에서는 원전 신규 건설을 계속 추진하고 있고, 기존 탈원전 방침을 폈던 유럽에서도 친환경 에너지의 한계를 인정해 원전 신규 건설 계획을 마련할 뿐만 아니라, 원전을 친환경 투자로 인정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습니다. 에너지 용량의 변화는 정책의 변화로부터 긴 호흡의 시계열 격차를 두고 반영됩니다.재생 에너지 용량과 원전 에너지 용량의 비교를 반증의 예시로 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아 보입니다.”
• 이건 추가 취재를 해서 리포트로 따로 만들어 보겠습니다. 발전 용량 그래프는 생뚱맞게 들어간 게 맞습니다.

• “매일 아침 슬로우레터 & 슬로우뉴스를 꼭 챙겨보는 사람인데 참 의아한 게 있습니다. 슬로우레터만 보면 다각도로 생각해볼 만한 지점을 제시하고 독자의 판단을 이끄는 것 같은데, 슬로우뉴스 댓글이나 종종 소개해주시는 피드백을 보면 민주와 정의, 진보의 정답은 정해져 있고 그 이외에는 모두 쓸어버려야 할 악인 것 같습니다. 슬로우뉴스를 읽고 굳이 댓글을 다는 고관여층이 저렇게 반응한다는 게 개인적으로 의아하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합니다. 사실 옛날엔 다양한 생각이 궁금해서 댓글을 챙겨보는 편이었는데, 요즘은 의식적으로 피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도대체 스스로 정의롭고 진보로운 줄 아는 전체주의자들이 왜 슬로우뉴스 댓글에 나타나고 있는 걸까요?”
• 너무 심하다 싶은 피드백은 소개하지 않습니다. 불편하지만 생각해 볼 지점이 있는 의견은 최대한 공유하려고 하는데요. 말씀하신 대로 댓글은 일부의 의견일 수도 있고요. 우리는 또 다 다르죠. 그 충돌하는 지점에 중요한 뉴스가 있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