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 슬로우리포트는 슬로우인터뷰로 준비했습니다. 서울시장 출마 선언이 임박했다는 말이 나오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을 만났습니다. 오세훈 서울시장과 맞대결에서 오차 범위 밖에서 이기는 걸로 나오기도 했습니다.
- 슬로우뉴스가 특히 관심을 갖고 살펴봤던 건 정원오의 문제 해결 방식이었습니다. 성수동은 어떻게 살아났는가. 성수동을 서울시로 확장할 수 있을까. 성수동의 방식이 서울시나 더 큰 정치에서도 가능할까, 이 부분을 물어봤는데 답변이 있기도 하고 아쉬운 부분이 있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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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오 서울시장 출마 선언 임박? “서울을 글로벌 G2 메가시티로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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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로우인터뷰] 정원오 성동구청장, “다양성과 자율성, 장소성과 연대의 도시로… 핵심은 사람과 합의.”
“정원오 구청장이 잘하기는 잘하나 봅니다. 저도 성남시정 만족도가 꽤 높았는데 명함도 못 내밀듯.”
이재명(대통령)이 X(트위터)에 올린 글이 판을 바꿔놨다. 지방 선거가 반년 남은 상황에서 ‘명심’이 정원오(성동구청장)에게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서울시장 후보로 거론되는 민주당 인사가 10명이 넘는데 유독 정원오를 찍어서 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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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오는 슬로우뉴스와 인터뷰에서 “기초 단체와 광역 단체의 작동 원리가 다르지 않다”면서 “성동구의 성과가 서울시에서도 가능할 거라고 본다”고 말했다. “아직 답변할 입장은 아니지만”이라고 시작했지만 서울시장 출마를 전제로 “서울이 ‘글로벌 G2 도시’가 돼야 한다”는 강한 포부를 이야기했다.
정원오에게 성동구의 실험이 서울시로 확장 가능한가 물었다.
다음은 지난 3일 뉴스토마토 ‘끝내주는 경제’와 함께 진행한 인터뷰다. 방송 인터뷰와 대면 인터뷰로 진행했고, 정원오의 ‘성수동’에서 일부 인용했다.
정원오가 왜 뜨나.
- 서울 유일의 민선 3선 구청장이다. 2014년 당선 이래 11년째 장기 집권형 행정 전문가다.
- 구청장 연속 4선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정원오는 어차피 다음 스텝을 고민해야 한다. 판을 깔아준다면 서울시장에 출마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 이재명이 조선일보 기사를 인용하면서 강조했듯이 성동구민 설문조사에서 구정 만족도가 93%에 이른다.
- 성동구는 지난 10년 동안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자치구 가운데 하나다. 지역내총생산(GRDP)이 2015년 대비 2022년 63% 늘었다. 부동산도 많이 올랐다. 아파트 매매 지수가 2014년 대비 두 배가 넘는다. 상승률 기준으로 4위다.
- 윤석열 3년 이후 일 잘하는 현장형 정치인에 대한 기대가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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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잘러 정원오.
- 정원오는 구청장 중에서도 돋보였다.
- 2022년 집중 호우 이후 전국 최초로 반지하 전수 조사를 벌여 4072세대에 집수리와 임대주택 이전 등을 지원했다.
- 공실이 된 반지하는 재난 안전용품 보관소와 자활 커뮤니티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다.
- 성동구는 마을버스 기사들에게 필수노동 수당으로 월 30만 원 지급하고 있다. 마을버스 기사를 못 구해 난리인데 성동구로 옮기고 싶어하는 마을버스 기사가 많다.
- 요양보호사와 장애인활동지원사 등 모두 2034명에게 필수 노동 수당을 지급한다.
- 대중교통 공백이 있는 동네를 노선으로 묶어 ‘성공 버스’라는 이름으로 공공 셔틀버스도 운영한다.
- ‘워킹 스쿨버스’라는 것도 있다. 교통안전 지도사가 초등학교 1~3학년 학생들과 통학길을 동행한다. 학부모 만족도가 99%에 이른다.
- 폭설에 대비해 주요 도로에 열선을 깔고 액상 제설제를 자동으로 분사하는 장치도 설치했다. 첫눈이 왔던 지난 4일, 가장 먼저 제설 작업이 완료됐다고 보고할 수 있었던 것도 작정하고 대비한 덕분이다.
- 자취방으로 고생하는 학생들에게 ‘상생학사’라는 이름으로 공공 기숙사를 지원한다. 공실 우려가 있는 소형 임대주택을 선정해 반값 기숙사를 만들었다. 보증금 100만 원만 내면 월 20만~30만 원의 임차료에 이자와 관리비만 내고 생활할 수 있다.
- 정원오는 명함에 문자 수신 전용 스마트폰 번호(010-9103-8388)를 인쇄해서 뿌리고 다닌다. 문자 민원이 하루에 40~50건 들어오는데 하루 두 번 확인하고 처리한다고 한다.
성동구 조례가 법을 바꿨다.
성수동은 그냥 만들어진 게 아니다.
- 2005년 이명박(당시 서울시장)은 서울숲 조성과 함께 성수동을 특별계획 구역으로 지정했다. 서울숲이 서울의 센트럴파크가 될 거라는 기대를 모았고 당연히 서울숲을 둘러싸고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들어설 예정이었다.
- 정원오는 “공공 녹지 공간인 서울숲이 특정 아파트 단지의 뒤뜰처럼 사유화될 위험이 크다”고 봤다. 자칫 영국 런던의 사우스뱅크나 호주 시드니 바랑가루처럼 경관을 사유화하고 도시의 활력을 떨어뜨릴 가능성이 컸다.
- 2014년 정원오가 취임했을 때는 1구역과 2구역은 이미 재개발이 진척된 상태였지만 3구역과 4구역, 5구역은 초기 단계였다. 대림차고와 성수연방, 자그마치, 에스팩토리, 어니언 같은 독특한 카페가 들어서고 젊은이들과 혁신 기업들이 몰려들기 시작하던 무렵이었다.
- 정원오는 특별계획 구역을 해제해야 한다고 보고 주민들과 대화를 시작했다. 엄청난 용기와 모험이었다.
- 정원오가 최근 펴낸 ‘성수동’이라는 책이 있다. 정원오는 이 책에서 “개발의 틀보다는 변화의 흐름을 존중해야 했다”고 당시 상황을 떠올렸자. “기존의 공간 구조와 장소적 맥락, 이로부터 형성된 도시의 생태적 작동 원리를 배제한 어떤 계획도 성공하기 어렵다”는 게 정원오의 판단이었다.
- 여행 전문 잡지 타임아웃은 ‘세계에서 가장 멋진 동네(World’s Coolest Neighbourhood)’ 4위로 한국의 성수동을 꼽기도 했다. “서울의 브루클린으로 불리는 이곳은 붉은 벽돌로 된 창고와 오래된 공장, 선적 컨테이너로 가득하며 이제는 최신 유행 카페와 부티크, 갤러리들이 자리했다”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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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수동표 도시 재생, 세 가지 전략.
- 지금의 성수동과 성수 스타일이 있기까지 세 가지 결정적인 선택이 있었다.
- 첫째, 붉은 벽돌 조례를 만들어 붉은 벽돌 건물을 허물지 않도록 했다. 성수동은 원래 인쇄 공장과 금속 공장이 즐비한 기름 냄새 나는 동네였는데 언젠가부터 낡은 벽돌 건물이 힙해 보이기 시작했다. 30~40년 전 건물이 강력한 아우라를 내뿜는 건 정원오의 표현에 따르면 “하나하나의 벽돌 안에 이곳에서 일하고 살았던 사람들의 기억과 감정, 도시의 시간이 배어 있기 때문”이다.
- 성동구는 그래서 붉은 벽돌 건물을 고쳐 쓰거나 새로 지으면 공사비를 최대 2000만 원까지 지원하고 있다. 과거를 지우지 않고 새로움을 얹는 적응형 재사용(adaptive reuse)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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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둘째, 젠트리피케이션 금지 조례를 만들었다. 2014년은 아직 젠트리피케이션이라는 말도 알려지지 않을 때였지만 벌써 성수동의 청년 창업자와 예술인들이 높은 임대료를 못 견디고 밀려나고 있었다. 대기업 프랜차이즈가 밀려 들어오고 자칫 가로수길이나 경리단길 같은 상업적인 공간으로 변질될 가능성도 있었다.
- 정원오가 임대료 이슈를 꺼내자 “재선을 포기했냐”는 거센 반발이 쏟아졌다. 뉴타운 공약이 총선을 휩쓸고 단체장마다 부동산 개발 이슈를 앞다퉈 내걸던 때였다.
- 성동구는 젠트리피케이션 우려가 있는 지역을 별도로 관리하기로 했다. 임대료 인상을 제한하거나 재계약 우선권을 보장하는 건물주에게 용적률 인센티브 등의 혜택을 준다. 주민 협의체를 구성해 대형 프랜차이즈 진입도 제한했다. 구청 직원들이 직접 건물주들을 찾아가서 설득했고 431개 건물 가운데 247개가 상생 협약에 참여하고 있다.
- 셋째, 주민 참여 타운 매니지먼트를 도입했다. 정원오는 “행정은 관찰자이자 조력자”라고 거듭 강조했다.
- 서울숲과 서울숲역을 잇는 유휴 공간에 재활용 컨테이너 박스를 들여다 놓고 소셜 벤처 지원 공간을 조성했다. 자칫 주변 오피스 건물의 사유지 역할을 하게 될 짜투리 공간을 서울숲과 성수동을 연결하는 징검다리로 만들었다.
- 대형 브랜드의 팝업 스토어가 늘어나니 뚝섬역 앞에 공공 팝업을 만들어 신생 브랜드와 로컬 창작자, 소규모 제조업체에 기회를 열어줬다.
- 정원오는 “과잉 계획과 정형 개발이 아닌 다양성과 자율성, 장소성과 연대의 도시로서 성수동은 여전히 변하고 있지만 그 중심에 여전히 사람과 합의가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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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DP와 달랐다.
- 오세훈이 만든 DDP(동대문 디자인 플라자)는 아름답지만 생뚱맞다. 정원오는 “동대문이라는 상징적 장소의 기억은 사라지고 낯선 곡면의 건물과 행사 중심의 공간이 들어섰다”고 평가했다. “감정을 읽지 못한 공공 프로젝트가 어떻게 실패하는지 보여주는 사례”라는 지적이다.
- 재개발을 자본의 논리로, 도시 재생을 도덕적 선택으로 대립시키는 단순 이분법을 벗어나야 한다. 둘 다 도시를 살리는 목표 아래 존재하고 실현을 위해서는 반드시 돈이 필요하다.”
- 정원오는 “계획 이전에 관찰이 우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도시를 사는 사람들의 정서적 동향, 그리고 그들의 움직임을 파악해야 한다. 이와 괴리된 계획은 실현되기 어렵고 실현된다 하더라도 의미있게 유지되기 어렵다.”
힙지로와도 다르다.
- 정원오는 도시 재생을 “기존의 인프라와 건축, 생활 문화를 유지한 채 문화적 자산과 사회적 자본을 활용해 전진적인 리뉴얼로 도시의 생명력을 회복하는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 힙지로라는 별명을 얻은 을지로 철공소 골목은 성수동과 다르다. 레트로 스타일의 카페와 술집이 늘었지만 서사와 맥락이 없다.
- 정원오는 “성수동이 도시 디자인의 모범이 된 건 특정 건축 양식이나 시각적 동일성 때문이 아니라 그 장소에 깃든 서사와 정서를 어떻게 읽어내고 이를 공공 정책의 언어로 번역했는지에 있다”고 강조했다.
- 정원오는 주민들에게 “성수동은 개발이 늦은 곳이 아니라 흐름이 이미 시작된 곳”이고 “지금은 밀어붙일 때가 아니라 흐름을 따라갈 때”라고 설득했다. “개발을 강행하면 집값과 땅값이 오르겠지만 혜택의 상당 부분이 건설사와 부동산 투자자들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 정원오는 종묘 앞 세운상가 역시 “개발은 필요하다”면서도 “정교한 설계가 필요하고 지역 사회와 소통이 전제돼야 한다”고 말했다.
공공 자산화, 성동 안심상가의 실험.
- 젠트리피케이션 조례까지 만들었지만 그래도 밀려나는 점포가 많았다. 성동구는 2017년부터 성동 안심상가라는 이름으로 공공 임대 상가를 운영하고 있다.
- 매입과 공공 기여 등으로 안심상가는 18호점까지 열었고 안심상가 빌딩과 마장청계점도 별도로 운영한다. 공씨책방과 산내들국수, 윤스김밥 등이 입점했다.
- 구청장이 건물주인 안심상가는 평당 임대료가 주변 시세의 60~70% 수준이고 계약금과 권리금도 받지 않는다. 젠트리피케이션의 풍선 효과를 막고 소상공인들의 성장을 지원하는 인큐베이터 같은 역할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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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정원오(성동구청장)와 인터뷰 일문일답이다.
성동구 스마트 3종 세트란 게 뭔가.
- 첫째, 스마트 횡단보도다. 바닥에 신호등을 띄우고 도로에 너무 가깝게 접근하면 뒤로 물러서 달라는 음성 안내를 내보낸다. 차량도 정지선을 위반할 경우 바닥에 차량 번호를 띄워준다. 한두 번 경험하면 신호를 지키게 된다. 도입 3년 만에 보행자 사고가 53% 줄었다. 지금은 다른 지역으로 많이 퍼졌다.
- 둘째, 버스 정류장 스마트 쉼터다.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바람을 막고 몸을 녹일 수 있다. 스마트폰 충전도 할 수 있고 미세먼지 정화 시스템도 있다. 여성들에게는 안심 쉼터 역할도 한다. 신고가 들어오면 CCTV로 상황을 확인한 뒤 경찰이 출동한다. 다른 지역에도 늘었지만 역시 성동구가 처음이다.
- 셋째, 스마트 흡연 부스다. 도심 흡연은 민원과 갈등이 많은 이슈다. 흡연 부스를 설치해도 사람들이 잘 안 들어가려 한다. 옷에 냄새도 밴다. 주민들은 담배 냄새 때문에 고통을 호소한다. 그래서 음압 병동 수준의 음압·정화 시설을 흡연 부스 안에 넣었다.
- 연기가 바로 위로 빨려 올라가 완전히 정화되기 때문에 옷에 냄새가 잘 배지 않고, 문이 열려도 연기가 밖으로 거의 새어나오지 않는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그곳이 흡연부스인지도 모를 정도다. 스마트 흡연부스 설치 전에는 이 지역에 1년에 300건 가까운 민원이 있었는데, 설치 이후 ‘제로’가 됐다. 담배 꽁초는 분쇄해 재활용하고 있다.
이재명 공약을 넘겨받았다던데, ‘그냥 드림’ 사업은 뭔가.
- 이재명 대통령이 경기도 지사 시절 추진했던 코로나 장발장 정책에서 출발했다. 갑작스럽게 생계가 막막하거나 당장 먹을 것이 없거나 생필품이 급히 필요한데 어디서 도움을 받을지 모르는 분들이 있다. 이분들에게 별다른 조건 없이 필요한 물품을 그냥 드린다.
- 복지 담당 공무원들이 왜 이분이 위기에 처하게 되었는지를 면밀히 확인한다. 복지 사각지대를 발굴하고 추가로 필요한 지원책을 연결한다.
- 경기도에서 효과가 있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빠르게 벤치마킹해 성동구에 도입했다. ‘모방은 창조의 어머니’라는 말처럼 시행착오를 줄이면서 더 나은 모델로 발전시키고 있다.
오세훈을 어떻게 평가하나.
- ‘손목닥터 9988’은 좋은 프로그램이다. 걸음 수를 측정해 포인트를 주는데 시민들 건강에 도움이 되는 의미 있는 사업이라고 본다.
- 아쉬운 부분도 있다. 분명한 비전과 목표가 보이지 않는다. 서울시장이라면 도시는 어디로 가야 하는가, 큰 방향이 있어야 한다. 그 비전과 목표를 시민들과 공유하고 함께 나아가야 하는데, 현재 추진되는 여러 사업이 어떤 맥락 위에서 나오는지 잘 보이지 않는다.
- 사업 하나하나만 보면 좋은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다.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는 만큼 이 돈을 왜 여기에 써야 하는지, 시민들이 공감할 수 있어야 한다. 한강 버스와 광화문 조형물, 종묘 앞 개발, 노들섬 계획 등 굵직한 프로젝트들이 발표될 때마다 뭘 하겠다는 건지 알 수 없다.
- 목표와 비전을 시민들에게 공유하지 못하고 있고, 그 때문에 사업이 나올 때마다 시민들이 매번 부딪히고 갈등하게 된다. 리더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분명한 비전과 그 비전을 향한 일관된 정책인데, 이 부분이 많이 아쉽다.
정원오가 생각하는 ‘서울의 비전’은?
- 서울은 ‘글로벌 G2 도시’가 돼야 한다. 서양에 뉴욕이 있다면, 동양에는 서울이 있다. 서양은 뉴욕을 중심으로 경제권이 움직인다. 서울이 도쿄나 베이징, 상하이, 싱가포르와 경쟁해 우위를 점하는 도시가 될 수 있다고 본다.
- 국가 차원에서 G2가 되는 것은 여러모로 매우 어렵지만, 도시는 충분히 도전해 볼 만한 목표다.
- 서울이 도쿄, 베이징, 상하이와 경쟁한다는 허무맹랑한 목표가 아니다. 시민들도 할 수 있다는 정서적 동의가 있을 거라 본다.
-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한 방법으로 ‘메가시티 서울’을 구상하고 있다. 서울과 경기, 인천을 하나의 도시권으로 엮어 베이징권, 상하이권, 도쿄권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규모와 경쟁력을 갖추자는 이야기다.
- 서울만으로는 도시 규모나 경제력 측면에서 경쟁이 쉽지 않다. 그래서 메가시티 서울로 확장해서 산업 구조와 교통망, R&D, AI, 지식 기반 산업을 서울 중심으로 재편하고, 경기-인천과 역할을 나누고 협력하는 구조를 만들자는 구상이다.
- 목표가 분명하면 돈을 어디에 써야 할지도 분명해진다. 예산 지출 구조를 보면 도시의 목표가 보이는데, 지금 서울은 그 목표가 뚜렷하게 읽히지 않는다.
서울시장에 출마한다면 공약은?
- 서울시장 출마를 가정해서 말한다면,
- 첫째는 글로벌 G2 도시, 메가시티 서울 비전이다.
- 둘째는 시민 생활을 가장 불편하게 하는 주택과 교통 문제를 정면으로 풀어야 한다. 서울시 대중교통은 이명박(전 서울시장) 이후 20년 가까이 변화가 없다. 따릉이가 추가된 정도다. 지하철은 과밀·혼잡하고 버스는 노선이 뒤엉켜있고 마을버스는 부족하다. 전면적으로 재설계해야 한다.
- 셋째, 주택 문제도 풀어야 한다. 수요에 맞는 맞춤형 공급이 필요하다. 집을 ‘사는 곳’으로 보는 수요도 있고 자산과 투자로 보는 수요도 있다. 둘 다 원하는 수요도 있다. 각각의 수요에 맞는 유형별 공급이 이뤄져야 풀린다.
- 이 세 축을 중심으로 구체적인 청사진을 준비하고 있다.
구청장 11년 동안 기억에 남는 사건을 꼽는다면?
- 반지하 전수조사를 하고 도저히 사람이 살기 어려운 집은 집수리를 지원했다. 한 주민이 이런 말을 했다고 들었다. “정원오 구청장 죽기 전에 한 번만 더 찍어 주고 싶다.” 그 기사를 읽는 순간, ‘아, 우리가 하는 일이 누군가의 삶을 정말 바꾸고 있구나’, 이런 생각을 했다.
- ‘더불어 행복한 성동’을 민선 1기 때부터 구정 슬로건으로 내걸었다. 조금 더 힘든 분들, 조금 더 어려움에 처한 분들을 먼저 돕는 것이 도시 전체의 삶의 질을 끌어올리는 길이라고 믿는다.
- 리비히의 법칙(Liebig’s Law of the Minimum)이라는 게 있다. 식물이 자라려면 질소와 인, 칼륨, 물, 햇빛 등 다양한 요소가 필요하지만 가장 풍부한 요소가 아니라 가장 부족한 요소가 성장의 한계를 결정한다는 법칙이다.
- 사회도 마찬가지다. 가장 힘든 곳을 끌어올리지 못하면 사회 전체가 함께 성장할 수 없다. 그래서 나는 늘 도시의 가장 취약한 지점을 끌어올리는 정책에 집중해 왔고, 그 결과 성동구의 삶의 질이 크게 개선되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생각한다.
하고 싶었지만 법과 제도, 규제로 막혔던 일은 없나.
- 돈이 없어서 못 했다는 변명은 하고 싶지 않다.
- 오히려 상위법에 근거가 없어서 막혔던 일들은 많았다.
- 이를테면 젠트리피케이션 방지 사업이나 필수 노동자 지원 사업 같은 경우 규정이 없어서 힘들었다. 그래서 성동구가 먼저 조례를 만들고, 근거를 만들어서 사업을 시작했다. 사업이 자리잡은 뒤 중앙 정부에 제안을 했고, 중앙 정부가 관련 법을 제정해 전국적으로 확산됐다.
- 무언가 하고 싶은데 규정이 없으면 안 된다고 접을 수도 있지만 방법을 찾으려고 여러 방향으로 고민하다 보면 결국 길은 생긴다.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는 말처럼, 하려고 마음먹으면 방법은 있고, 안 하려면 이유는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 나는 늘 솔루션을 찾으려고 노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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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수동의 실험이 서울시에서도 가능할까.
- 모든 행정이 구 단위에서 이뤄진다. 그래서 기초 단체라고 부른다. 광역 단체는 기초 단체보다 넓지만 결국 삶의 현장에서 출발해야 한다는 건 다르지 않다.
- 성수 컨센서스가 다른 지역으로 확산될 수 있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다. 성동구의 실험이 성공했다면 정책을 일방적인 지침이 아니라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생각과 감정, 의지를 담는 플랫폼으로 간주했기 때문이다.
- 지금은 성동구가 잘사는 동네라는 인식이 있지만 12년 전에는 25개 자치구 가운데 12위였다. 내가 성동구보다 열악한 동네에서 출발했다면 성수동이 아닌 다른 해법을 찾았을 거라고 본다. 나는 철저하게 조연이 되고 싶었다. 지역 사회와 주민들이 주연이 돼야 한다. 성동구의 역할은 언제나 물길을 터주는 것이었다.
서울시민에게 한마디 해보자.
- 나는 서울과 경기, 인천을 통틀어 유일한 연속 3선 기초 자치단체장이다. 낙후된 공업지역이었던 성수동을 세계적인 핫플레이스로 만들었고, 성동구를 이른바 마용성의 한 축으로 끌어올렸다.
- 서울시장으로 역할을 해달라는 요청을 많이 받고 있다. 머지않아 책임 있는 답을 드릴 수 있을 거라고 본다.
정원오의 한계.
- 성공한 구청장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정치 경험이 많지 않다.
- 생활 밀착형 행정에 강점이 있지만 서울시로 가면 이해 관계 조정과 우선 순위 문제를 해결하는 정치력이 더 중요할 수도 있다.
- 조연으로 남겠다는 구청장 시절의 철학이 중앙 정치에도 적용될 것인지 의문이다.
- 대중적 지지 기반은 강하지만 당내 입지가 약하다는 평가도 있다.
- 여권 1위로 나오는 여론조사도 있지만 오세훈에게 밀린다는 조사도 있고 일부 조사에서는 박주민에게 크게 뒤처지기도 했다. 명심 효과가 어느 정도인지 지켜봐야 한다.
- 15일 문화일보 여론조사에서는 정원오와 오세훈이 각각 45.2%와 오세훈 38.1%를 기록했다. 오차 범위 밖 우세다.
- 30년 전 폭행 혐의가 공개되기도 했다. 1995년 당시 의원 보좌관과 경찰을 폭행한 혐의로 벌금 300만 원을 선고받은 사실을 장예찬(전 국민의힘 최고위원)이 공개했다. 정원오는 “사건 직후 직접 사과드리고 용서를 받았으며 화해로 마무리됐다”면서 “이 일을 지금까지도 당시의 미숙함을 반성하는 반면교사로 삼고 있다”고 해명했다. 검증이 시작되고 있다.
정원오는 누구.
- 1968년 전남 여수 출생이다.
- 양재호(전 양천구청장) 비서실장을 지냈고 임종석(전 청와대 비서실장) 국회의원 시절 보좌관으로 일했다.
- 성동구시설관리공단 본부장을 지내고 고재득(전 성동구청장) 선대본부장을 지냈다. 고재득에 이어 2014년 성동구청장에 당선돼 내리 3선을 했다.
- 서울시립대 1986학번으로 부총학생회장을 지냈다.
- ‘순한 맛 이재명’이라는 평가도 있고 일잘러 구청장이라는 강력한 브랜드를 구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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