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슬로우리포트는 팩트체크로 준비해 봤습니다. 재생 에너지가 비싸다는 오래된 착각, 그리고 석탄 발전을 줄이면 전기요금이 오른다는 맥락에 맞지 않는 주장이 아직도 주류 언론에 종종 등장하죠. 여전히 논쟁적인 주제고 상반된 데이터가 쏟아져 나오기도 하지만 몇 가지 분명한 사실 중심으로 쟁점을 짚어봤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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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로우 팩트체크] 재생 에너지는 비싸고 불안정? 오히려 석탄과 LNG가 가격 변동에 취약, 태양광이 이미 원자력보다 더 싸다. (⌚6분)
"탄소 중립은 멋으로 하는 게 아니다. 나라는 환경 탈레반들의 놀이터가 될 수 없다."
조선일보가 이재명 정부의 기후 에너지 정책을 집요하게 공격하고 있다. 조선일보는 기후 변화 같은 건 없다는 듯한 논조로 탈 원전을 반대하고 탈석탄을 반대한다. 그런데 사실 관계가 잘못된 주장이 너무 많다.
이게 왜 중요한가.
- 거짓으로 구성된 거짓보다 사실로 구성된 거짓이 더 위험하다. 자칭 1등 신문 조선일보는 사실과 주장을 뒤섞어 본질을 왜곡하는 기사를 쏟아낸다.
- 재생 에너지는 비싸다? 이것은 사실일 수 있지만 진실은 아니다. 원자력 발전과 비교하면 비싸지만 LNG 발전보다는 싸고 계속 가격이 낮아지고 있는 중이다.
- 석탄 발전을 줄이면 전기요금이 올라간다? 인과 관계를 뒤섞으면 이런 결론으로 흐르게 된다.
- 조선일보도 강조하는 것처럼 에너지는 국가 안보와 연결된 문제다. 정확하게 진단하고 기회 비용을 계산하고 사회적 합의를 끌어내야 한다. 그래서 팩트 체크가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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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40년까지 석탄 발전을 중단하겠다는 약속.
조선일보의 주장.
- 조선일보의 주장은 크게 세 가지다.
- 첫째, 재생 에너지는 비싸고 불안정하다.
- 둘째, 한국만 급발진하고 있다. 한국보다 석탄 사용량과 의존도가 높은 나라들도 가입을 미루고 있다.
- 셋째, 탈석탄 동맹을 주도했던 나라들은 전기 요금이 크게 오르고 에너지 안보 불안까지 겹쳐 국가적 비상 상황을 맞았다.
조선일보가 말하지 않은 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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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에서도 2024년 기준으로 전력 정산 단가는 유연탄과 무연탄이 각각 144원과 142원인데(1kWh 기준) 태양광은 136원이다. LNG가 176원으로 가장 비싸다.
- 재생 에너지 가격은 계속 낮아지고 있다. 태양광은 2022년 191원에서 2023년 159원으로, 올해는 11월까지 평균 121원을 기록했다. 풍력은 2022년 192원까지 나가기도 했지만 지난해 124원, 올해 112원으로 떨어졌다.
- 원자력이 66원으로 가장 낮은 건 사실이지만 여기에는 폐기물 처리 비용 등이 빠져 있기 때문에 단순 비교는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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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둘째, 탈석탄은 세계적으로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다. 급발진이 아니라 오히려 늦어도 한참 늦었다.
- OECD 38개국 가운데 14개국은 석탄을 아예 쓰지 않고 있고 13개국은 2030년까지 단계적으로 폐쇄한다는 계획이다.
- 한국은 OECD 국가 가운데 PPCA에 가입하지 않은 단 네 나라 중 하나였다.
- 영국과 독일은 석탄 발전을 꾸준히 줄이고 있다. 영국은 2024년 석탄 발전을 완전히 폐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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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셋째, 영국과 독일의 위기는 탈석탄 때문이 아니다.
- 전기요금이 오른 건 탈석탄 때문이라기보다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LNG 가격이 폭등한 영향이 크다. 탈석탄 전환 과정에서 LNG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나타난 과도기적 현상이라고 보는 게 맞다.
- 재생 에너지와 전력망, 저장 인프라가 확대되면 장기적으로 LNG 비중이 낮아지고 전기요금도 안정될 거라고 보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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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석탄 가격도 변동성이 크다. 그때마다 전기요금도 급등락을 거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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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원자력보다 더 싸다.
- 발전 단가를 분석하려면 균등화 발전 비용(LCOE, Levelized Cost of Energy)을 비교해야 한다. 폐기물 처리 비용 등 발전소 수명 전체에 걸쳐 비용을 계산하고 발전량으로 나눈 값이다.
- 블룸버그NEF 분석에서는 태양광 발전이 41달러(1MWh 기준)였고 육상 풍력과 해상 풍력이 각각 40달러와 81달러였는데 원자력 발전은 231달러로 태양광보다 거의 6배 가까이 비쌌다.
- 라자드(Lazard)의 분석에 따르면 새로 짓는 발전소 기준으로 태양광의 LCOE는 29~92달러, 육상 풍력은 27~73달러다. 가스는 45~108달러, 석탄은 69~168달러, 원전은 142~222달러나 된다. (모두 1MWh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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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뜩이나 석탄과 가스는 가격 변동에 취약하고 탄소 배출권 가격이 오르면 갈수록 비용이 더 늘어나게 된다.
- 석탄과 LNG가 기저 전원 역할을 하던 때가 있었지만 90% 이상 수입인 데다 가격 변동성이 크고 무엇보다도 탄소 감축 로드맵에도 맞지 않다.
- 한국은 기후 조건 등의 문제로 상대적으로 더 비싸다는 분석 결과도 있지만 역시 추세적으로 LCOE가 계속 떨어지고 있다.
- 2035년 국가 감축 목표에서 가장 큰 부분이 전력이고 LNG와 석탄 발전을 줄이는 게 가장 시급한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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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의 프레임 조작.
- 누구도 탄소 중립을 멋으로 한다고 말하지 않았다.
- 게다가 2040년이면 15년이나 남았는데 ‘급발진’이라고?
- 국가 산업보다 환경 모범생 소리를 듣는 게 중요하냐는 질문도 본질을 왜곡한다. 한국은 모범생이 아니라 열등생이다. 모범생 근처에도 못 갔다.
- 석탄 발전은 탄소 배출이 가장 많은 발전 방식이다. 석탄 발전을 놔두고 기후 대응을 이야기한다는 건 말이 안 된다.
- 기후 대응은 늦출수록 비용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기 때문에 선제적인 감축의 편익이 지연 감축보다 크다는 연구 결과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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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를 보자.
- 한국은 여전히 석탄 발전을 많이 쓰는 나라다. 2023년 기준으로 33%나 된다.
- 중국과 인도, 미국, 인도네시아, 일본 등에 이어 석탄 발전을 많이 쓰는 나라 8위다.
- 1인당 사용량으로 따지면 카자흐스탄(2만182KWh)과 에스토니아(1만9663KWh), 중국(1만8036KWh), 대만(1만7080KWh), 호주(1만5322KWh)에 이어 6위(1만5322KWh)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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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은 전기 요금이 상대적으로 싼 편이다. 가정용 전기요금이 2023년 8월 기준으로 OECD 평균은 196달러/MWh인데 한국은 107달러/MWh로 절반 수준이다.
- 전기요금을 올릴 타이밍을 몇 차례 놓친 탓에 한국전력공사 누적 부채가 200조 원을 넘어선 상황이다.
- 한국도 2022년 이후 꽤 오른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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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생 에너지는 간헐적이라는 주장.
- 태양광과 풍력 발전이 간헐적인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석탄 발전이 대안이 될 수는 없다.
- 저장 장치와 계통 보강 등의 비용을 반영한 시스템 LCOE를 계산해 봐도 태양광과 풍력 발전은 단가가 계속 떨어지고 있다.
- 태양광 패널 가격은 지난 50년 동안 99.8%가 빠졌다. 대량 생산과 효율 개선의 효과다. 배터리 가격이 계속 낮아지고 있어 간헐성 문제도 상당 부분 해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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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는 원전도 멈추는 게 더 싸다.
- 라자드 분석에 따르면 기존 원전의 한계 비용은 31~33달러/MWh 수준이다.
- 기존 석탄 발전소는 28~113달러/MWh로 변동폭이 더 크다.
- 반면 태양광이나 풍력 발전소를 새로 지을 때 LCOE는 27~92달러/MWh 정도다.
“더 많은 전기가 필요하다”는 프레임의 진실.
- AI 산업이 급격히 성장하면서 전력 소비가 크게 늘어난 건 사실이다. 그런데 조선일보는 석탄 발전을 줄이면 자해 행위라는 주장으로 비약한다. 아니, 석탄을 떼서 AI 돌릴 건가? 2040년까지?
- 세계 전력 소비에서 데이터 센터가 차지하는 비중은 1.5% 수준이다. 전력 소비가 늘어나는 건 사실이지만 데이터 센터를 지어야 하니 기후 변화 대응을 희생해도 된다는 주장은 지나친 비약이다.
- 블룸버그 보도에 따르면 미국의 메타와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구글 등 빅테크 기업들은 올해 상반기에만 미국에서 9.6GW 규모의 재생 에너지 계약을 체결했다. 2034년까지 신재생 에너지 수요가 666GW 늘어날 거라는 전망도 나왔다.
- 국제에너지기구는 세계적으로 재생 에너지 발전량이 2023년 9900TWh에서 2030년 1만7000TWh로 90% 늘어날 거라고 전망했다.
결론: 급발진? 너무 늦었다.
- 더 많은 전기가 필요한 건 사실이지만 더 많은 석탄 발전이 필요한 건 아니다. 한국은 석탄 발전 비중이 너무 높고 어차피 기후 감축 목표에 맞추려면 석탄 발전을 가장 먼저 줄여야 한다.
- 한국의 재생 에너지 비중은 5% 정도다. 덴마크는 45%다. 원자력은 쓰지 않고 화석 연료 비중을 계속 줄이고 있다.
- “한국만 급발진하고 있다”는 조선일보의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 “재생 에너지가 비싸고 불안정하다”는 주장 역시 정확하지 않은 설명이다.
- 권오성(기후솔루션 연구원)은 “재생 에너지 확대를 가로막는 각종 인허가 제도를 개선하고, 전력망 접속과 저장 인프라 확충 등 계통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석탄을 고수하는 것보다 AI 시대에 더욱 시급한 과제”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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