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 탓만 했다.

• 반성은 없었다. 어제 윤석열 탄핵 심판 마지막 변론이 있었다. 윤석열은 1시간8분 동안 77쪽 분량의 최후 진술을 낭독했다.
• 새로운 내용은 없었다. “계엄 형식을 빌린 대국민 호소였다”면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주장했다.
• “간첩들이 가짜뉴스와 여론조작, 선전선동으로 우리 사회를 갈등과 혼란으로 몰아넣고 있다”면서 “이들이 북한의 지시에 따라 선거에 개입한 정황이 드러났다”는 등의 망상에 가까운 주장을 반복했다. 윤석열은 이런 주장을 입증할 아무런 근거도 제시하지 못했다.

“결과에 승복하겠다”는 말을 하지 않았다.

• 윤석열은 국민 통합의 메시지를 내달라는 요청을 묵살했다. 중앙일보는 “실망스럽다”고 평가했다.
• 한국일보는 “참담하다”고 평가했다. “국가적 위기와 민주주의 퇴행에 따른 반성도, 승복 약속도 없었다”는 평가다.
• 동아일보는 “끝내 달라진 게 없었다”고 지적했다. “국가적 손실과 국민적 상처에 비춰 보면 자성과 뉘우침은 여전히 미진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는 평가다.
• 조선일보가 사설에서 굳이 “민주당도 승복해야 한다”고 지적한 것도 눈길을 끈다. 여전히 탄핵이 기각될 가능성을 놓지 않고 있다는 의미다.

조선일보의 따옴표 저널리즘.

• 1면 머리기사 제목이 “계엄은 야당 때문… 복귀하면 임기 연연 않겠다”다. 중앙일보도 같은 제목이다. 세계일보도 마찬가지다.
• 국민일보는 “계엄은 대국민 호소”라는 제목을 내걸었다.
• 한겨레가 “윤석열은 반역행위자, 파면 촉구”라는 국회 대리인의 주장을 제목으로 뽑은 것과도 비교된다.
• 한국일보 제목은 “승복 메시지는 없었다”다. 동아일보도 비슷한 제목이다.
• 서울신문은 “임기단축 개헌”과 “반헌법적 도발”로 양쪽의 주장을 나란히 배치했다.

더 깊게 읽기.

탄핵 심판 5가지 쟁점.

• 첫째, 윤석열은 경고성 계엄이었다고 주장하지만 애초에 절차적 하자가 있었다.
• 둘째, 정치 활동을 금지한 포고령은 위법이다. 윤석열은 과거 예문을 잘못 베꼈다고 주장하지만 그런 핑계로 빠져나갈 문제가 아니다.
• 셋째, 국회를 봉쇄하고 의결을 방해한 정황이 여러 경로로 확인됐다. 윤석열은 여전히 의원을 끌어내라는 지시를 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 넷째, 선거관리위원회에 군인들을 보낸 것도 명백한 불법이다. 부정선거 음모론까지 갈 것도 없다.
• 다섯째, 정치인 체포 지시도 사실로 확인됐다.

윤석열에 인질로 잡힌 국민의힘.

• 윤석열이 주장하는 것처럼 경고성일 수도 있고 대국민 호소일 수도 있지만 탄핵 심판은 헌법 위반을 따지는 자리다. 두 시간짜리라고 해서 빠져나갈 수 없고 군인들 숫자가 많지 않은 게 변명이 될 수 없다.
• 아무리 야당 탓을 해봐야 불법이 불법이 아닌 게 되는 것도 아니다. 끝까지 부정선거 음모론을 흘렸지만 역시 불법 계엄이었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데 그쳤다.
• 헌재가 만장일치로 탄핵을 인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지배적인데 국민의힘은 윤석열을 손절할 타이밍을 놓쳤다. 지지자들을 끌어모을 수는 있겠지만 중도 확장 가능성은 더욱 줄어들었다.

내일 마은혁 사건 선고.

• 우원식(국회의장)이 낸 권한쟁의 심판이다.
• 최상목(대통령 권한대행)이 마은혁(헌재 재판관) 임명을 미뤄 국회의 재판관 선출권이 침해당했다는 취지다.
• 헌재가 선출권 침해가 맞다고 인정하면 최상목은 마은혁을 임명해야 한다.
• 마은혁이 윤석열 탄핵 심판에 참여하면 변론 갱신 절차를 밟아야 해서 선고가 늦춰질 수 있다. 마은혁이 재판을 회피하면 예정대로 갈 수 있다.

김건희가 여론조사 조작 요청했나.

• “김건희가 윤석열에게 유리한 여론조사를 요청한 게 아닌지 의심할만한 정황이 있다.” 검찰 보고서에 나온 내용이다.
• 명태균이 “(이재명 쪽에서) 본인들에게 우호적이지 않게 여론조사가 나오는 기관은 중지 압력을 줬다”는 메시지를 보내자 김건희가 “걱정이네요”라고 답변을 보낸 사실도 확인됐다.
• 검찰은 이 대화가 여론조사가 조작됐다는 사실을 김건희가 알고 있었다는 증거라고 보고 있다.

명태균과 국민의힘의 부당거래.

• 명태균은 김종인(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이준석(전 국민의힘 대표), 지상욱(전 여의도연구원 원장) 등에게 여론조사 결과를 전달했다.
• 명태균 주변 인물들을 여의도연구원에 심은 정황도 확인됐다.
• 여의도연구원이 허위 계약을 맺고 여론조사를 진행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나온다.

1.5% 성장률 쇼크.

• 한국은행이 올해 성장률 전망을 1.9%에서 1.5%로 끌어내렸다. 내년도 1.8%에 그칠 거라는 전망이다.
• 기준금리는 2.75%로 0.25%포인트 낮췄다. 2%대 금리는 2022년 8월 이후 2년6개월 만이다.

“추경 필요하지만 20조 이상은 부작용.”

• “내년도 성장률 1.8%는 받아들여야 한다. 그것이 우리의 실력이라고 생각한다.”
• 이창용(한국은행 총재)은 “15조~20조 원 추경을 하면 경제성장률을 0.2%포인트 올리는 효과가 있다”고 분석했다.
• “추경은 성장률이 떨어졌을 때 보완하는 역할이지 진통제를 맞고 훨훨 날게, 옛날과 같이 막 뛰게 만드는 건 많은 부작용을 일으킨다”고 경고했다.

그린벨트 42㎢ 해제.

• 여의도 면적(2.9㎢)의 15배 규모다.
• 조선일보는 “28조 원이 투입돼 125조 원의 생산 유발 효과와 38만 명의 고용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 마강래(중앙대 교수)는 “인구가 빠져나가고 산업이 쇠퇴하는 지역에서 외곽만 개발하면 도심이 황폐화된다”고 경고했다.
•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에서 대규모 규제 완화를 단행한 건 적절치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다르게 읽기.

의대생 복귀하면 정원 동결.

• 이주호(교육부 장관)가 의대 학장들을 만나서 한 말이다.
• 학장이 총장을 설득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 “교육부가 안 될 걸 알면서 희망고문한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 의료인력 수급 추계위원회를 만들자는 제안이 있었지만 지지부진한 상태다. 4월 말까지 결론을 못 내면 내년 의대 정원도 올해와 같은 5058명으로 갈 가능성이 크다.

전공의 없는 병원 1년째.

• 수련병원에서 사직했거나 임용을 포기한 레지던트 9222명 가운데 5176명이 일반의로 취업한 상태다.
• 의대 정원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임시로 취업한 경우도 있지만 일반의에 만족하는 경우도 꽤 된다. 이들 가운데 상당수는 돌아오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 주 77시간씩 일하면서 전문의 자격을 따면 안정된 소득과 지위가 보장된다는 믿음이 깨진 상태다. 전공의 없는 병원이 뉴노멀이 돼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 이경미(한겨레 인구복지팀장)는 “많은 전공의가 일반병원으로 옮겨간 것은 ‘착취의 사슬’에 참여를 거부하는 나름의 ‘의료개혁’이라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공의가 복귀하더라도 기존 방식대로 운영되어서는 안 된다”는 이야기다.

고속도로 교량 무너져 4명 사망.

• 세종-안성고속도로 공사현장에서 교각 상판이 무너져 내렸다.
• 52m 높이에서 10명이 추락해 4명이 숨지고 6명이 다쳤다.
• 현대엔지니어링과 호반산업, 범양건영 컨소시엄이 공사를 맡고 있다. 공사 규모는 2000억 원이다.

물가보다 임금 적게 올랐다.

• 직장인 평균 임금이 월 363만 원. 2023년 기준으로 물가가 3.6% 뛸 때 임금은 2.7% 오르는데 그쳤다.
• 남녀 격차도 컸다. 남성은 월 426만원, 여성은 279만 원. 1.5배 차이다.
• 대기업 평균은 593만 원, 중소기업 평균은 298만 원으로 두 배 가까이 차이가 났다.

해법과 대안.

KTX 열차 교체 비용 6조 원.

• 벌써 21년차다. 최대 연한은 30년으로 잡는다.
• 보통 열차 발주에서 인수까지 6~7년이 걸리기 때문에 2027년에는 발주와 계약을 마쳐야 한다.
• 원칙적으로는 코레일이 비용을 전액 부담하는 게 맞지만 코레일의 적자가 너무 크다. 2023년에만 당기순손실이 5425억 원, 누적 부채는 20조 원이 넘는다.
• 용산 국제업무지구 개발 사업으로 3조 원 가까운 이익을 기대할 수 있다는 관측도 있지만 변수가 많다. 2012년 이후 동결된 철도 요금 인상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백강혁 같은 천재 말고 팀워크.

• 드라마와는 다르다. 오종건(고려대구로병원 증증외상전문의 수련센터장)은 “팀워크로 일할 수 있는 사람을 길러야 한다”고 제안했다.
• 외상 센터를 유지하려면 수가를 5배로 올려야 한다. 그게 안 되면 특별한 지원이 필요하다. 예산이 있으면 버티지만 예산이 끊이면 해체된다.
• “공사 현장에서 일하거나 오토바이를 타고 배달하는 분들이 어려움을 겪는 거거든요. 그렇다면 사회가 이런 분들을 위한 안전망 강화를 위해서 세금이 쓰여도 된다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해요. 지금은 이들을 위해서 돈을 지불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논의해야 합니다.”

마지막 탄광의 폐광.

• 삼척 도계광업소가 오는 6월 문을 닫는다.
• 전성기였던 1970년대 말 도계읍 인구가 5만 명에 육박했는데 지금은 8674명이다. 도계광업소가 폐쇄되면 광부 등 270여 명의 실업자가 발생하고 관련 업체 종사자 280여 명도 일자리를 잃는다.
• 도계읍 피해규모는 5.3조 원에 이른다.

노인 70%에게 주는 기초연금 최선일까.

• KDI 추계에 따르면 15~64세 생산가능인구 1명의 기초연금 부담이 올해 74만 원에서 2070년 249만 원으로 불어난다.
• KDI는 기초연금의 지급 기준을 높여 실제 빈곤층에 지급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 중위소득 100% 이하에 지급하기로 하면 2070년 기준으로 노인의 57%가 대상이 된다.
• 중위소득의 50% 이하로 점진적으로 축소하기로 하면 이 비율이 37%로 줄어든다.
• 대상이 줄어들면 금액을 높일 수 있다. 지금은 월 34.3만 원인데 1안은 38.7만 원으로 2안은 44.7만 원까지 늘릴 수 있다.

오늘의 TMI.

두나무 일부 영업정지 3개월.

• 고객 확인 의무 위반 등의 혐의다. 금융위원회 산하 금융정보분석원(FIU)이 제재를 결정했다. 이석우(두나무 대표이사) 등에 대한 문책 등도 포함됐다.
• 두나무는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를 운영하는 기업이다. 영업정지 기간에도 가상자산 거래는 가능하지만 다른 거래소로 전송할 수는 없다.

뒷바람 부는 제주공항.

• 제주공항은 원래 착륙이 어려운 공항으로 유명하다. 서쪽에서 서풍이 불고 동쪽에서 동풍이 분다. 맞바람이 아니라 뒷바람을 맞으면서 착륙을 해야 한다.
• 기후변화로 수온이 오르고 제트 기류가 강해지면서 복행(Go around, 착륙을 포기하고 선회 비행)도 늘고 있다.

정수일과 무함마드 깐수.

• 1934년 생이다. 중국 옌볜에서 태어나 베이징대를 졸업하고 중국 국비 유학생으로 이집트 카이로대에서 공부했다.
• 모로코 주재 중국 대사관에서 일하다 북한으로 돌아갔다. 평양국제관계대 등에서 교수로 일하다 대남 특수공작원으로 선발됐다.
• 10년 동안 튀니지와 말레이시아 등에서 연구원과 교수 등으로 일하다 1984년 무함마드 깐수라는 아랍계 필리핀인으로 위장해 한국에 입국했다.
• 단국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고 초빙교수로 지내던 도중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체포됐는데 재판 도중 북한 간첩이라는 사실이 드러났다.
• 12개 언어에 능통했고 문명교류학의 세계적인 권위자로 인정받았다. ‘실크로드 문명기행’ 등의 책을 썼다. ‘시대인 소명을 따르다’에서 “못다 한 일에 대한 아쉬움은 있어도 한 일에 대한 후회는 없다”고 썼다.

밑줄 쳐 가면서 읽은 칼럼.

여야 합의로 명태균 특검 갑시다.

• 동아일보 칼럼치고는 파격이다. 김지현(동아일보 차장)은 “탄핵이 인용돼 조기 대선이 치러진다면 이번에는 제발 좀 그나마 더 나은 사람을 리더로 뽑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 그래서 제안하는 게 명태균 특검이다. “누굴 죽이기 위한 특검이 아니라, 누굴 뽑아도 안전할지를 가리는 국민의 알권리를 위한 특검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 “홍준표(대구시장)와 오세훈(서울시장)이 자신이 있다면 오히려 지금이야말로 ‘어디 한번 다 털어 봐라’라고 ‘선방’을 날려야 할 때다. 대신 민주당도 명태균 특검을 ‘상대 죽이기’용으로 악용하지 않겠다는 확실한 신뢰를 보여야 한다.“
• 홍준표나 오세훈이 과연 답을 할까.

대선 후보가 해야 할 약속.

• 이진순(와글 이사장)은 세 가지를 제안했다.
• 첫째, 개헌을 약속해야 한다. 시민 평의회를 구성해서 초안을 마련해 보자.
• 둘째, 포용과 통 큰 연대가 필요하다. 탄핵에 찬성한 국민의힘 의원들과 계엄에 저항했던 양심적 군인과 경찰들까지 끌어안아야 한다.
• 셋째, 개헌 이후 출마하지 않겠다는 약속도 필요하다.
• 이진순은 “무너진 법치주의와 심리적 내전을 딛고 대전환의 기초를 다지겠다는 비상한 각오와 애국심이 아니면 윤석열은 언제 어디선가 또 나올지 모른다”고 강조했다.

고민의 순서가 잘못됐다.

• 2023년 기준 한국의 소득세 실효 세율은 6.8%. OECD 평균 15.4%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 안선희(한겨레 논설위원)는 “민주당이 진정으로 수권정당이 되려 한다면 감세 그 이후까지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이재명이 꿈꾸는 보편적 기본 사회를 지향하려면 재원 마련을 먼저 고민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 “이미 윤석열 정부 감세 정책으로 세수 기반이 크게 허물어진 상태에서 추가 감세까지 한다면 민주당의 각종 정책을 실현하기 위한 재정은 어디에서 충당할 것인가.”

피드백.

• 어제 슬로우레터에서 “다 때려 막겠죠”가 ‘때려 맞겠죠’ 아니냐는 질문이 있었습니다. 전체 맥락을 보면 [보복을 당할 것 같다]는 의미가 아니라 [일단 지시가 내려오면 상명하복을 할 수밖에 없다]는 의미로 보는 게 맞을 것 같습니다. ‘막겠죠’가 실제 워딩입니다.